주일 성서정과 묵상 (2021년 11월 14일/성령강림 후 스물다섯 번째 주일)

2021년 11월 14일 주일

 

성서정과-복음서: 마가복음 13장 1-8절

 

마지막 때는 언제인가?

 

성전의 파괴 (멸망)를 선언하신 예수님께 제자들이 묻습니다. 그때는 언제이며, 어떤 징조를 볼 수 있습니까? 예수님은 그들의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으시고 마지막 때에 일어날 슬프고 처참한 광경에 대해 설명하십니다.

마지막 때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때, 대부분의 사람들도 제자들과 비슷한 반응 또는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그때가 언제인가?” 하지만 마지막 때는 시간이 흐른 후 미래의 어느 시점에 맞이하게 될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본문이 말하는 전쟁, 가난, 기근, 속임수, 미혹… 어쩌면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고, 우리 중 누군가는 그런 마지막 때의 한 가운데 서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된 참여자들. 충격적이고 처참한 첫 번째 게임 이후 그들에게 선택이 주어집니다. 지옥과 같은 게임 공간에서 나갈 것인가, 남아 있을 것인가. 그들은 밖으로 나가게 되지만, 거의 대다수가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옵니다. 잔인하고 처참한 게임에 참여하는 그곳이 지옥인 줄 알았는데, 게임 공간 밖의 실제 삶은 더 처절한 지옥이었기 때문이죠.

어느 때, 어느 곳이건 지옥, 다른 말로 예수님이 설명하신 ‘마지막 때’를 사는 사람은 지금 여기에도 있습니다. 지난주 본문에는 다른 곳도 아닌 성전에서 수치를 당한 과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시당하고 수치를 겪는 과부와 고아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실, 그런 사회적 약자를 노리는 독사와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사회 정치적인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구조적인 억압과 차별이 당연시된 현실, 전쟁, 질병, 굶주림과 재난. 치유가 아니라 상처를 주는 사람이 더 많은 교회, 소망을 주는 소리보다 공포를 조장하는 소리가 더 많은 교회. 이때가 예수님이 말한 그때가 아닐까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보지 못하거나, 무시하거나, 피하거나, 나와는 다른 일이라 생각하고 지내고, 어떤 사람들은 매일매일 그것을 목격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예수님이 바라보던 성전은 슬프고 처참한 마지막 때가 현실화되고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 중 한 명은 그 성전을 보며 그 건물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감탄하죠. 지난주 본문의 과부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성전에서 억압과 수치를 경험하지만, 자신 보다 어려운 이를 위한 연보를 하며 그곳에서 작은 희망의 불꽃을 피우는 사람.

우리는 어떤 모습의 성전을 바라봅니까? 우리는 마지막 때를 만들고 있는 사람인가요, 마지막 때를 만드는 것들에 저항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나 자신의 안위에만 집중하며 아무것도 보고 듣지 않는 사람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