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묵상

 

사순절은 부활절까지 총 46일 그중 주일 6번을 제외한 40일을 말합니다. 교회 역사 초기에는 1년의 10분의 일인 36일을 금식과 기도의 시기로 지냈는데요, 7-8세기 경에 이르러 40일을 지켰다고 합니다. 40일은 다양한 성서 기록에서 의미 있는 숫자로 나옵니다. 예수님이 사역을 시작하시기 전에 40일을 금식하신 것, 출애굽 당시 모세가 40일간 시내산에서 금식한 것, 그리고 엘리야가 하나님의 산에 가기 전에 40일간 금식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이러한 배경에서 유래하여 이 시기를 특별히 금식이나 회개, 절제 및 영적인 훈련을 하는 기간으로 지키게 된 것입니다.

 

사순절의 가장 큰 목적은 부활절을 뜻깊게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에 있습니다. 부활절을 뜻깊게 지킨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예수님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또 묵상하고 우리 삶을 통해 그 삶에 동참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순절을 시작하는 수요일을 우리는 재의 수요일로 지킵니다. 2020년은 2월 26일을 재의 수요일로 지킵니다.

 

재의 수요일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 앞에서 죄인 된 인간의 모습, 그리고 둘째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 그것입니다. 창세기에는 하나님께서 흙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창세기 3:19절에서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될 때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라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내용은 우리는 인간으로서 하나님과 달리 유한하며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합니다.

 

우리가 유한하다는 것은 참으로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육체적으로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의 능력이 신에 비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을 살아내기에 부족한 우리의 의지, 능력, 마음, 그리고 신앙도 인간의 유한성이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 처럼 사랑하지 못하는 것도, 정의롭게 살지 못하는 것도, 포용하고 환대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우리가 완전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마주하게 되는  안타까운 경험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삶을 바라보고, 묵상하고, 그의 길을 따라 걸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수 많은 어두움과 사망의 위력을 몰아내고 빛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 그것이 바로 부활신앙 아닐까요?  부활 신앙을 통해 우리의 불완전하고 부족한 모습이 승리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재의 수요일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초기에는 재를 심각한 죄로 인해 교회로부터 분리되었다가 다시 교회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표시하는 데에 사용했습니다. 그들은 재를 뿌리며 자신들의 죄에 대해 슬픔과 회개를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10세기에 이르러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의식이 적용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 기간을 통해 새로운 그리스도인, 참다운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하며 재의 의식을 치르게 됩니다.

 

재를 이마에 바르며 창세기 3:19절의 말씀, “당신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기억하시고 ‘아멘’이라고 고백하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사람됨을 인식하고, 죄를 회개하며, 우리가 누구이며 또한 우리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기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시편 51편 6-10절의 말씀을 읽고 잠시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마음 속의 진실을 기뻐하시는 주님, 제 마음 깊은 곳에 주님의 지혜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슬초로 나를 정결케 해주십시오. 내가 깨끗하게 될 것입니다. 나를 씻어 주십시오. 내가 눈보다 더 희게 될 것입니다.

기쁨과 즐거움의 소리를 들려주십시오. 주님께서 꺾으신 뼈들도, 기뻐하며 춤을 출 것입니다.

주님의 눈을 내 죄에서 돌리시고, 내 모든 죄악을 없애 주십시오.

아, 하나님, 내 속에 깨끗한 마음을 창조하여 주시고 내 속을 견고한 심령으로 새롭게 하여 주십시오.

 

묵상 후에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흙으로 저희를 지으신 전능하신 하나님, 이 재를 통해 우리의 유한성을 깨닫고 회개하게 하시며, 오직 당신의 은혜로만 영원한 생명이 주어짐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