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성서정과 묵상 (2021년 11월 28일/대림절 첫 번째 주일)
2021년 11월 28일 주일
성서정과 복음서: 누가복음 21장 25-36절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여기저기에서 선물 교환 행사를 합니다. 번호표를 뽑아 무작위로 선물을 교환하는 경우도 있고, 마니토 형식으로 특정한 사람의 선물을 준비하되 누가 주는 것인지는 비밀로 하는 방식의 선물 교환도 있습니다. 저도 이런 선물 교환을 했던 경험이 많은데요, 어린이든 어른이든 선물 교환 후 서로 나누는 이야기는 비슷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주고받죠. “뭐 받았니?” “좋은 거 받았어?”
유진 피터슨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배란 무엇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런데 오늘부터 시작되는 대림절 그리고 성탄절기 또한 무엇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기, 그리고 그 주어지는 무언가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볼까 합니다. “뭐 받았어?” “좋은 거 받았어?” 대림절을 보내고 성탄절이 되었을 때 여러분께도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을 받으셨어요?” “좋은 거 받으셨어요?”
그런데 무엇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이 시기, 과연 우리가 받은 것은 무엇일까 돌아보면 참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한 아기”입니다. 아기. 모든 아기의 모습이 그렇듯, 아기 예수님도 그 안에 소망, 사랑, 기쁨, 평화를 담은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위대한 신이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고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은 놀라운 의미를 갖습니다.
구약 시대이든 신약시대이든 이스라엘 민족은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신의 강림을 기다린 것이죠. 그런데 그들이 처한 상황은 그저 그런 신이 와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강대국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한 현실, 억압과 수탈, 폭력을 경험하는 현실. 억압의 주체가 바빌로니아 제국이건 로마 제국이건 그 참담한 현실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할 메시아라면 천둥과 번개와 군사를 대동한 스펙터클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다시피 하나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한 아기가 우리에게 오셨다.” 하나님께서는 어렵고 힘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천둥과 번개와 군대가 아니라 아기라는 존재가 상징하는 희망, 사랑, 기쁨, 평화이며 아기를 키우는 부모에게 필요한 덕목인 희생, 인내, 용서, 포용 등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도 대림절 첫 번째 주일에 주어진 성서정과는 세상의 마지막 때에 오시는 예수님의 모습, 그리고 세상의 마지막 때에 임할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누가복음 21장이 그리는 마지막 때의 모습은 스펙터클합니다. 그런데 이때에 다시 오실 예수님에 대한 예언의 본문을 대림절 첫째 주의 말씀으로 읽는다. 어쩌면 세상의 마지막과 같은 혼란한 시대에 필요한 것은 수퍼 히어로 메시아가 아니라 한 아기 메시아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요?
본문은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에 있다”라고 말합니다. 하나님 나라 그리고 복음은 미래에 우리가 가야 할 곳, 특히 죽어서 가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있는 곳에, 즉 가까이에 있다는 의미겠죠. 우리는 미래의 무언가를 기다리며 은둔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역사와 삶의 한복판에 있는 하나님 나라를 찾아 가꾸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사명은 아기와 관계를 맺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사랑, 평화, 기쁨, 소망, 인내, 희생… 이러한 삶의 가치를 지금 내가 속한 관계 안에서 실천하고, 우리가 우리 주변의 관계 가운데에서 하나님 나라의 향기를 내뿜고, 하나님 나라의 그늘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가까이에 있는 하나님 나라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