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성서정과 묵상 (2022년 3월 13일/사순절 두 번째 주일)
2021년 3월 13일 주일
성서정과 복음서: 누가복음 13장 31-35절
예수는 갈릴리에서 대부분의 사역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역 말기 예루살렘을 향한 여행길에 오릅니다. 우리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예루살렘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맞이할 곳이었죠. 예수도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 길을 가는 동안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예루살렘이 그의 인생과 사역의 최종 목표라는 것을 되새기며 한 걸음 한 걸음 그의 길을 갔겠죠.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발걸음을 떼는 예수에게는 유혹과 위협이 있었습니다. 그가 걷는 길에서, 그리고 목표로부터 벗어나게 만들려는 유혹과 위협이었습니다. 바리새인이라고 기록된 사람들이 예수에게 와서 호의적인 염려인지 아니면 위협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합니다. “이 길에서 떠나가십시오 Go away from here.” 바리새 사람들은 “가다 Go”라는 의미의 포류오마이라는 그리스어를 사용하며 말을 합니다. away from here라는 전치사와 함께 말이죠.
예수는 이들에게 동일한 포류오마이라는 동사를 써서 대답합니다. “나는 내 길을 가야 하겠다.” 영어 성서는 이 구절을 이렇게 번역합니다. “I must go” (NIV). “I must be on my way” (NRSV). 어떤 성서학자는 “I will reach my goal”이라고 번역하죠. 당연히 예수의 말은 내가 길을 떠날 때 가졌던 목표를 위해 선택한 길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1인칭 대명사 “나”에는 보다 중요한 함의가 있습니다.
자리를 지키고, 소명을 완수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의지’라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위해 기도할 때 나는 쏙 빼놓고 하나님만을 그 기도에 밀어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이렇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것을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이것을 주세요”라고 말하며 “나는 이것을 주고 나누겠습니다”라는 말은 빼놓을 때가 많죠. 전지전능한 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주님, 우리 안에 역사하시는 하나님… 우리는 어쩌면 이 허울 좋은 말들을 사용하며 나의 책임은 회피하고 내가 참여해야 할 영역은 제거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값싼 은혜 제조기 또는 만병통치약으로 만들어 팔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은 뭐든 다 알아서 해 주시는 분이 아니라 그의 일에 우리의 참여를 바라고 초대하시는 분이죠. “나는 나의 길을 가야 하겠다”라는 예수의 답변은 목적지를 향한 그의 의지의 표현이며, 동시에 그 목표를 향한 길에는 분명히 내가 책임지고 내가 통제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