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성서정과 묵상 (2022년 3월 27일/사순절 네 번째 주일)

2021년 3월 27일 주일

성서정과 복음서: 누가복음 15장 1-3, 11-32절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가치 또는 생각의 틀이 존재합니다. 수많은 생각과 행동의 틀 중에 1세기 지중해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관심 있게 바라보며 연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명예와 수치 (Honor and Shame)입니다. 명예로운 말과 행동은 무엇인지 수치스러운 말과 행동은 무엇인지 가치를 결정하는 것들에 대한 연구입니다.

오늘 본문, 소위 “돌아온 둘째 아들” 또는 “탕자의 비유”로 알려진 성서 이야기에는 ‘수치’로 여겨질 일을 경험한 인물들이 나옵니다.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달라고 요구하는 둘째 아들과 그런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는 아버지는 당시 문화에서 수치로 받아들여질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유산을 가지고 집을 떠난 둘째 아들은 재산을 탕진하고 실패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 또한 아들과 아버지 모두에게 ‘수치’의 이유가 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실패한 아들에게 먼저 달려가 그를 다시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모습도 당시 사람들에겐 수치스러운 모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이들이 바라보는 수치는 아버지에게 수치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환대가 둘째 아들과 자신의 사회적 수치를 명예로 바꾸어주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본문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하나님 나라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명예와 수치의 가치가 전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비유이고, 비유는 우리에게 던지는 하나님의 물음이자 그의 초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비유를 통해서 하나님 나라 공동체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 비유를 들은 교회가 할 일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교회는 스스로가 실패자라고 또는 스스로를 죽었다고 평가하고 그렇게 가치 매김을 하는 사람들을 살아있는 자라고, 잃어버리고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발견되고 환영받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겁니다.

성도님들, 우리는 비유의 아버지가 되어야 할 때고 있고, 비유의 둘째 아들일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는 그 둘 모두가 속한 집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좀 희생하더라도 다른 이를 세워주고 품어줄 수 있는 곳, 실패했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돌아가야 할 곳. 우리는 수치를 당한 자를 실패한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나요? 우리는 실패했지만 다시 아버지께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나요?